생각2020. 5. 7. 18:16

이용득의원이 발의한 노동회의소 설치 법안은 자동폐기 될 것이고, 이제 다시 재론 하는 사람 조차 없겠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지점이 있긴 하다.


민주당 지지자중 노동회의소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태반은 노조 혐오자이다. 민주노총을 없애고 노동회의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무엇을 반증하냐면, 노동회의소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노동회의소는 세계적으로 봐도 일반적이지 않은 조직이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만 전국 단위로 운영중이고 독일의 경우 몇 개의 주에서만 운영한다.


세나라 모두 사회주의 정당의 집권 경험이 있는, 노동권이 아주 잘 보장되는 나라이다. 이 나라도 당연히 노동권의 보장이 형편 없었던 시절이 있었고 민중의 투쟁에 의해 그것들을 쟁취했다. 그러나 그 쟁취는 노동회의소 때문이 아니다. 독일의 경우 노동회의소 설치에 대해 논의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노조가 강해지자 설치의 필요가 사라졌다. 그래서 2개던가.. 몇 개의 주에서만 운영하는 것이다.


그나마 (노조 혐오에 사로잡힌)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동회의소라도 들먹이는건 문재인이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인데다 대선 공약으로 노동회의소를 언급했었기 때문이겠지. 


노동회의소건 뭐건 아무튼 이 나라 노동에 큰 문제가 있고 그걸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퍼지는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뇌를 잠식하고 있는 노동혐오를 그대로 두고 민주노총은 사회악이니 대체할 조직으로 노동회의소를 설치하자, 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주장을 하니 아무말 대잔치가 되는 것이다.


이 나라 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뭐긴 뭐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거지. 증명해볼까? 어제 이재용이 말했잖아. '무노조 경영' 방침 없애겠다고.


세계적으로는 1919년, 이 나라에선 무려 제헌헌법(1948년)부터 법으로 정해진 노동권을 2020년에 와서야 지키겠다는 거잖아. 그것도 이 나라에서 젤 크다는 기업이.


이 나라 노동이 그래서 이 꼬라지인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조직율 10%이니 태반의 노동자는 노조가 없을 것이다. 거기 노조 없는 노동자분 내일부터 직장에서 노조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 사람을 모아야겠지. 사무실이나 공장 벽에 대자보를 붙이거나 인트라넷이 있는 회사라면 게시판에 한번 올려보세요. '노조할 사람 모이자' 라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거봐, 이 나라는 노동권의 기본 중의 기본인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야.


여기서부터 시작되지 않는 주장은 그 무엇이든 다 개소리.


노동회의소 만들어서 거기 가입하면 된다고? 휴...


뇌내에 무슨 노동회의소가 있는진 모르겠는데 문재인이 검토한다고 했고 이용득이 발의했던 그 법안의 노동회의소라면 택도 없는 소리.


오스트리아 모델의 노동회의소는 강력한 노조가 그 전제조건이다. 그 나라 노동회의소 인력의 80%가 노조 출신. 강력한 노조는 투쟁조직으로 노동회의소는 싱크탱크로 이원화 시켜 놓은 독특한 제도라고..


노조할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하고 말고 할 꺼리가 안된다고..


진심으로 이 나라 노동이 걱정된다면 노조법 개정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처벌 강화부터 주장하자. 더하기 빼기는 할 줄 알아야 곱셈 나눗셈도 배우고 방정식도 배우고 할 수 있잖아.. 이게 어렵나 왜 이해를 못하지..

Posted by Pursue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