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 - 연봉 5,700만원이 최저임금 위반? (1) 현대 모비스는 왜 그랬을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 정부, 여당은 이렇게 말했다.
"고액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최저임금인상의 혜택을 보는 것이 부당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앞 글의 현대모비스 노동자가 정확하게 이 사례에 들어맞는다. 연봉 5,700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우리가 현대 모비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현대 모비스는 최저임금 위반 시정 명령을 받고 어떤 조치를 취할까?
1. 해당 노동자의 기본급을 최저임금 위반이 되지 않는 선까지 인상한다.
2. 임금 체계를 개선하여 최저임금법 위반 상황에서 벗어난다.
어떤 것을 선택할까? 기사에 의하면 현대 모비스는 현재 격월 지급으로 되어 있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꿔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임금인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자, 어떤 고액연봉을 받는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본다는 것인가?
이런 문제는 정부 여당이 나서서 법을 개정하여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협의하여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바로 잡으면 되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은 무엇을 했어야 할까?
바로 사용자들이 비정상적인 임금구조를 바로 잡을 유인을 강화 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통상임금의 법제화이다.
앞서서 사용자들이 임금구조를 왜곡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연장근로수당을 낮추기 위해 그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낮춰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러기 위해 기본급은 낮게 책정하고 나머지 임금을 각종 수당들로 채워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용자들의 꼼수는 노동계의 통상임금 소송으로 타파되기 시작했다. 노동계는 재판을 통해 고정성 등이 확보된 임금(정기 지급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이끌어냈고 실제로 그 판례에 의해 덜 받았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 받은 사례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판례에 불과하다. 통상임금은 아직 법률에 의해 정의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 동안 덜 받아온 연장근로수당을 소급해 받기 위해서는 재판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임금 소송은 현기차 등 대기업 소속의 강한 노조가 있는 곳에서 주로 진행 해왔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소송 사례도 많지는 않지만 있다)
실제로 상여금,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제대로 포함시켜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는 사업장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통상임금이 법제화 되어 있지 않기에 해당 부처 고발 등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이를 바로 잡을 방법은 없다. (법제화 되어 있는 최저임금의 경우 위반 시 노동청 고발을 통해 소송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조치를 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통상임금을 정비하고 법제화 시키면, 사용자들이 임금구조를 현재처럼 기형적인 형태로 유지할 유인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쓸 방법이 상당히 줄어들게 되므로 임금을 각종 수당으로 쪼개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걸레같은 임금체계의 개편은 최저임금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통상임금을 정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게 했다면 정부, 여당이 그렇게 우려하는 (고액임금노동자가 최저임금인상의 혜택을 보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금지 조항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임금체계를 개선할 유인을 오히려 축소시켰다.
굳이 쪼개논 임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격월지급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는 문제도 법 개정 전처럼 노동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어졌다. '의견 청취' 만 하면 되게 법을 고쳐놨기 때문이다.
정리해보자. 정부 여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이유로 들었던 "고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불합리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고 생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개악된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정부가 인정한 사례만으로도 최하위 소득수준 노동자 4만 7천명을 포함, 30만명의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또한 법 개정 직후 노동부는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역전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국회에 해결을 요청했다. 이럴 경우 연장노동시급이 최저임금 시급보다 적게 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6070600115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수백만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는 최저임금법을 새벽 3시에 20분만에 날림으로 개악시킨 부작용은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가 참여정부 최대의 실패라며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한 바 있다. 비정규직법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가 바로 사용자의 선의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나라가 고용을 해도 쪼개기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 지옥이 되었다.
최저임금법 산입범위 확대는 사용자가 부릴 수 있는 꼼수의 폭을 최대치로 늘려놓았다. 비정규직법 때도 그랬듯 어떤 기상천외한 꼼수가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유수의 HR 컨설팅 사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킬 각종 솔루션을 이미 만들어 놓았을 것이고 기업들에 컨설팅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한번 울며 반성 하면 그만이겠지만 노동자의 피해는, 망가진 삶은 회복되지 않는다. 제발 입으로만 하는 노동존중이 아닌 제대로 된 노동존중 정책을 촉구한다.
최저임금법 재개정은 그 시작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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