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안2020. 7. 18. 13:38

코로나19 위기극복, 1998년 실패를 반복 않길 바랍니다


[연속기고] 코로나19 재난상황, 이번에는 재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갑용입니다. 지금의 민주노총을 보며 제 경험과 우려, 나름의 대안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저는 민주노총의 2대 위원장이었습니다. 1대 권영길 위원장이 대선후보로 출마하고 직무대행 체계였던 1998년 2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해서 정리해고를 받아 들였다는 이유로 직무대행과 임원들이 사퇴했습니다.


1998년 3월 30일 치러진 민주노총 2대 위원장 선거에 당선되어 1년 6개월간 민주노총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IMF라는 국가위기가 온 국민에게 공포로 닥쳐있던 때였고, 노동자·민중의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야권에서 권력을 잡았고, 당선된 김대중은 민주투사로 여러 시민사회 단체의 지지와 신망을 받고 있었습니다. IMF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한 대통령 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선 직후 말을 바꿔 IMF를 받아 들였습니다. IMF가 들어오게 된 이유는 노동자와 서민의 책임이 아니었습니다. 책임의 당사자인 재벌은 언론에 대고 ‘속죄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재벌에게 면죄부를 줬고, 합의도 되지 않은 정리해고를 언론으로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결과는 민주노총의 분열이었고 노동자의 해고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재벌은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부를 누려 왔습니다. 20년도 더 지난 1998년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때의 결정이 반면교사가 되어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1998년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했지만 모든 것을 합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고를 하되 요건과 내용을 엄격히 한다, 사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해고 할 수 없다 등 민주노총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 다만 큰 틀의 정리해고를 수용하고 논의 하자는 것이 당시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결정과 상관없이 언론에 민주노총이 정리해고를 받아들였다는 말만 흘리고 후속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후 민주노총 지도부는 조합원의 반발로 물러났고, 1998년 꾸준히 진행된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 외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1년이 지난 1999년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노사정위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노사정위 탈퇴를 이유로 1998년 노사정위에서 약속한 후속조치는 지켜지지 않았고 정리해고로 수 만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습니다.


또한 1998년 노사정위에서 전교조 합법화를 약속했지만, 이 또한 부족하게 마무리 됐습니다. 노사정위에서 아무리 합의해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교조는 다시 불법으로 내몰려 있습니다.


결국 1998년 2월의 노사정위원회 합의 후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어떤 사항도 관철된 것이 없습니다. 22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이 만들어온 노사정 합의문 내용은 98년 2월의 그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약속을 해도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돌부리에 또 넘어 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합니다. (전문보기)


Posted by Pursue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