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20. 1. 16. 21:24

<어떤 양형 이유> 中


"과로사나 산재사고는 전국 법원 어디에서나 흔한 사건이지만, 특히 울산지방법원에서 형사단독재판을 할 때는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이 떨어지고, 끼이고, 잘리고, 으깨어지고, 가슴을 부여잡고, 뇌혈관이 터져 다치고 죽는 모습을 참 많이도 봤다. 진저리가 났다. 애석한 죽음이어서만은 아니다. 죽음조차 비용과 편익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기업의 비정함에, 그 많은 전조를 깡그리 무시하는 그들의 대범함에, 그 비정을 무정하게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무력하고 성긴 법을 들고 정의의 쪼가리라도 찾아보려는 내 한심한 한계에 신물이 났다."


박주영 판사의 인터뷰.


동사무소에서 판사는 부끄러웠다 "법에 무지하여..."

Posted by Pursued.G
생각2019. 9. 9. 19:04

김선수 대법관의 석사논문 제목은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 이다. 초록 중 발췌.


"정당한 쟁의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부당노동행위구제제도에 의한 보호가 인정되므로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에서는 쟁의행위가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게 되면 그 수단이나 방법에 위법적인 요소가 전혀 없고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단순 파업의 형태로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노동조합간부들이 형법상의 업무행해죄 혐의로 구속되고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은 그 만큼 중요하게 된다. 수많은 노동조합간부들이 목적이나 절차에 있어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단이나 방법상의 아무런 위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대립적이고 전투적인 자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웬만한 파업에 대해 어김없이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노동운동의 전투성은 형사처벌위주의 노동정책의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차령산맥 이북에서 가장 많은 노동변호를 했다는 김선수 대법관은 이런 처참한 현실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단체행동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가?" 라고 탄식한다.


단순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미 판례로 굳어져 있다. 김선수 등의 노동변호사와 진보적인 법학자들은 그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지만 소수의견일 뿐이다.


차령산맥 이북에 김선수 변호사가 있다면 차령산맥 이남에는 문재인 변호사가 있었다. 김선수와 함께 노동쟁의 변호를 가장 많이 맡았던 사람이 바로 문재인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김선수가 대법관이 돼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은 대법원의 판결을 잠탈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으며 검찰과 노동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깔아 뭉개고 있다. 물론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일 경우에만 그렇다. 


노조파괴 공작에 십여년을 시달리다 거친 언행을 한 노동자나 국회의 노동법 개악을 항의하며 국회 담장을 걷어찬 노동자들에 대해선 어김 없이 엄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진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었다. 조국 교수는 노동권에 대해 가장 진보적인 법학자 중 하나이다. 그는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비판" 이라는 논문에서 "노동쟁의를 범죄화하는 핵심적 도구로 기능"하는 업무방해죄에 대해 비판하였다. 


또한 경영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파악하여 구조조정, 합병, 사업조직 통폐합, 정리해고 등을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2002도 7225)은 "'산업민주주의'를 원천 봉쇄하는 경영권 편향의 해석" 이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아주 명확하게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민법의 원리와 별도로 작동하는 노동법의 원리를 승인하는 것이며, 단체행동권의 헌법적 보장의 의미는 쟁의행위의 합법성 추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 그림은 논문의 맺음말에 있는 대법원 판례와 조국 교수의 해석론을 비교, 도해화 한 도표이다.



그는 김선수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서 쟁의행위가 과격, 폭력화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범위가 극도로 좁혀져 있는데다가 정부가 노와 사 간의 공정한 중재자로 역할하지 않고 노동운동을 '불온시'하며 노골적으로 사용자의 편을 들기 때문"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던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됐다. 소신대로 행하길 기대한다. 


참고로, 황교안의 석사논문 제목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이고 "경영권은 기업에 대한 사유재산권에서 파생되는 것으로서 경영자에게 귀속되는 특권"이며 이를 간섭하는 목적의 쟁의행위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쟁의행위의 주체는 노조법에 의해설립된 노동조합에 한정되어야 하며 설립필증을 교부받지 못한 노조는 노조로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자가 법무부장관, 총리를 지내던 정권에서 쟁의행위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비율이 95%였고(직전 정권과 비교해서도 20%가 올랐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소신대로 행한 것이다.


Posted by Pursued.G
생각2019. 4. 7. 19:32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노동운동에 투신한다는 것이 일상의 행복과 안위 그리고 어쩌면 목숨까지 포기해야 함을 의미하는 이 나라에서 처음과 끝이 같다는 평가는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노동운동의 본령은 정치투쟁이다' 라던 서노련의 지도위원 김문수가
'철도독점체제 유지를 위한 파업입니까' 라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비아냥대는 도지사 김문수가 되고,

국민의 정부 시절 노사정위의 노동개악에 맞서 금속연맹의 총력투쟁을 진두지휘하던 위원장 문성현이
탄력근로제 개악을 들이밀며 민주노총과 노동자를 겁박하는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이 되는 세상에서. 

그래서 노회찬은 더 귀하고 
그의 부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Posted by Pursued.G
생각2019. 2. 17. 23:26

노동3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한다.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단결권 : 노조를 만들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


단체교섭권 : 노조나 노동자대표를 통해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단체행동권 : 노동자의 경제적 지위를 힘을 사용하여 개선시킬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하면 사용자와의 갈등을 투쟁행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권리.


이 3가지 권리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당연히 단체행동권이다. 노동권은 노-사 관계에서 노동자의 열등한 사회 경제적 지위를 노동자의 힘을 통해 강화함으로 노-사간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의 권리이다.

단체행동권이 빠진 단결권이나 교섭권으로는 노사의 실질적 대등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 따라서 단체행동권은 노동권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고등학생용 노동인권 교육 교재를 공개했다. 앞으로 관내 320개의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적 노동혐오언론인 조선일보가 또 게거품을 물었다. 


"고교생에 '파업' 가르치는 서울 교육청"



칭찬하려고 쓴 기사인가? 


얼마전 노동교육을 한다는 연수원의 청소년 교재를 살펴본적이 있다. 수백페이지 짜리 강사용 교재까지 봤지만 어디에도 노동권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단체행동권에 대한 내용은 아예 나오질 않는다. 노동교육 교재에서 노동권의 가장 핵심이 되는 단체행동권, 파업권, 쟁의행위가 빠져 있는 것이다.
(얌전히 쟁의행위를 하면 착한 사장님이 임금을 5% 인상해 준다는 터무니 없는 내용의 동영상 강의가 하나 있긴 하다.)

이번에 서울시 교육청이 내논 교재는 달랐다. 파업이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용도 아주 쉽고 알차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노동운동과 사회 변화' 장에서의 한 대목은 너무 인상적이였다.


대학생들이 청소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 우리는 이것을 ‘연대’라고 합니다. 연대란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파업은 헌법으로 정한 노동자의 권리이며, 우리는 헌법을 통해 정당한 파업을 보장할 것을 이미 약속했습니다.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지 못하는 편협한 생각이 문제일 뿐입니다.



이런 교육이 진작에 이뤄지고 있었다면 청소 노동자의 파업을 두고 '학생을 볼모로 잡았다느니', '학습권이 침해됐다느니' 하는 처참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노동인권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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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ursued.G
생각2019. 2. 16. 19:33

필라델피아 선언 1조 1항,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근대는 노동에서 노동자의 인격을 발견하였다.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자의 인격을 상품으로 취급하면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노동권은 노동자의 인격을 지키는 권리이고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을 상품화 하는 관행, 악습을 포기 하지 않는 자본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다.

Posted by Pursue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