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안2020. 9. 18. 13:13

해직된 동지를 품에 안고 민주노조의 원칙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해직교사의 길. 악한 국가권력과 자본, 언론의 전방위적 전교조 파괴 공작의 결과를 온몸으로 버티며 거리와 현장에서의 참교육 실천 1,703일. 그리고 당당하게 학교로 복귀하는 그 자랑스런 34명 동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권정오 김명동 김영섭 김용섭 김원만 김재균 김재석 김종선 김종현 김 진 김해경 김현진 노병섭 박옥주 박세영 변성호 손호만 송영기 송재혁 신성호 윤성호 이민숙 이성용 이영주 이용기 이주연 전희영 정성홍 정영미 정한철 조창익 지정배 최덕현 최창식


축하하고 또 축하합니다. 다시 학교 현장에서 동료 교사, 학생들과 함께 그동안 복직하면 꼭 해보고 싶다며 가슴속에 품었을 버킷리스트 실천의 기회가 현실로 다가왔으니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복직과 동시에 해고가 되는 동지가 있습니다.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영주 동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출발점 2015년 민중총궐기. 그 민중총궐기를 조직하고 성사시킨 결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아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공무담임권이 박탈된다는 현행법에 따라 다시 해고자의 신분이 됩니다.


대법원의 판결로 전교조의 법적지위가 회복되고 현장으로의 복직의 길이 열렸고 민주노총은 그 판결의 요지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했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았음을 꾸짖고 법원이 대신 결정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의 유감표명으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이제라도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해고기간 겪은 모든 불이익의 원상회복. 그리고 이영주 동지의 복직을 위한 특별 사면, 복권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영주 동지의 복직이 이행되어야 진정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완성됩니다.


나아가 136명 공무원 해직자들의 복직 약속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시간 끌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20년 9월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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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9. 9. 12:18

전교조의 승리


김기덕(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3일, 대법원은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했던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박근혜 정권에서 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해직 교원 9명이 원고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르지 않자 2013년 10월24일 전교조에게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했다. 그 뒤 전교조는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행정법원과 2심 서울고법에서 그 통보는 적법하다며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전교조의 패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취소해서 전교조의 승리를 선고했다. 대법관 2명을 제외한, 압도적인 다수의견(10명)으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했다고 판단한 것이니 전교조의 압도적 승리를 선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4일,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는 “대법원 선고(2020. 9. 3.)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2013. 10. 24.)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돼 전교조의 승리는 확정됐다.


2. 돌이켜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내세워 시정명령·시정요구 등으로 노조 탄압 공세가 거세질 당시 규약 변경을 통해 그 공세를 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도 그런 궁리를 해서 돌아가지 않고 버텨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로 교섭 등 노조활동을 박탈당하는 것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과거 민주노조 설립에 있어서 해고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 조항이 있으면 관할 행정관청과 노동부는 그걸 문제 삼아 설립신고서 보완을 요구하거나 반려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럴 때면, 그 규약 조항을 삭제하고서 설립신고를 받아 왔다. 그걸 두고서 특별히 민주노조운동사를 더럽히는 것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노동자의 노조설립을 간섭하는 권력의 행위를 비난했을 뿐이다. 이 나라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에 관한 규약을 둘러싸고서 전개돼 왔던 이런 노조설립의 역사로 볼 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겼다. 노조활동을 권력과 자본이 감히 빼앗을 수 없는 노동자의 자유라고 외쳐 왔던 나조차도 ‘어떨까’ 했던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전교조 내부에서는 당시 권력의 탄압에 대응을 둘러싸고 치열할 논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와 선택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처분에 이르렀을 것이다. 권력의 공세에 ‘잔꾀’로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선택을 했던 것이고, 마침내 대법원은 그 전교조의 선택이 적법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는 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전교조에게 ‘해고자를 내치라’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당·위법한 탄압에 만약 우리가 무릎 꿇었다면, 오늘과 같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킬 수 있는, 교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확인하는 판결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부심을 토로한 것일 게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3. 노동자가 단결해 활동하는 것은 ‘자유’다. 결코 권력과 자본 등 그 누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받아주는 ‘권리’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집회 및 결사의 자유와 다를 것이 없는, 노동자의 자유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에게는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고, 노동자에게는 보장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사람으로서 보장되는 것이, 노동자에게는 법률로 계약으로 정하고 있어야 비로소 보장될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단체를 조직해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결사의 자유로 사람이기에 당연히 자유로 보장되는 것이지 국가권력이 법률로 사용자 자본과의 계약으로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기에 자유로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이다. 단지, 이 세상에서 자유를 제한할 때에 국가의 법률로 다른 사람과의 계약으로 하는 것처럼 그렇게 노동자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자유, 즉 단결의 자유는 국가가 법률로, 사용자와의 계약(혹은 취업규칙)으로 정해서 보장해 줘야 할 만큼 노동자에게 대단히 은혜적인 급부도 아니다. 고작해야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자에게 무언가를 해 줘야 비로소 행사할 수 있는 그런 권리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는 노조설립 허용이니 노조할 권리니 하며 노동자에게 엄청난 특혜라도 주는 것인 양 착각해 왔다. 노동자끼리 단결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요구해서 교섭하고 그걸 관철하기 위해 일하지 않는 파업 등을 하는 것을 두고서 특별한 혜택인 듯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이 나라의 법은 규정해서 관리해 왔다. 전교조에 노조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하고, 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해서 노조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다. 자유로 바라본다면, 감히 국가가 설립신고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법을 마련해 시행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자의 자유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노조 아님 통보를 통해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사단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노조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시행령에서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것이라서 그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것이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이유였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한 노조법 규정의 의미에 관해서도, 해고자까지도 여기서 근로자 아닌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해서도 이번 전교조 사건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에서는 읽을 수가 없다. 이에 따르면, 법률인 노조법이 직접 법외노조 통보에 관한 규정하거나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었다면 위와 같이 압도적 다수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하는 걸 보지 못했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장차 국회가 노조법에 이를 규정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이번 전교조의 승리가 이 나라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단결의 자유를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5.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자 곧바로 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심 판결을 기다릴 것도 없이 전교조는 법내노조로 지위를 회복했다. 그야말로 기다렸다는 듯이 한 취소에 당신은 놀랐을지 모른다. 어쩌면 감격해서 노동부의 신속한 행정처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제야 한 것이냐고 나는 묻고 싶다. 2013년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노동부 스스로 판단해서 한 것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등에 대한 노조 탄압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각종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사건 등을 통해 밝혀졌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잘못을 바로 잡았어야 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했어야 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 이 정부가 적폐청산 대상으로 여겨 온 박근혜 정권조차도 그러 했을 것이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에 따르지 않겠다고는 감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니 말이다. 지난 촛불대선에서 결사의 자유 등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공약하고, 실직자 등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공약했던 정부라면, 국회의 입법이나 사법부의 판결을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는 취소하지 않았던 것이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6. 생각해 보면, 자유는 그 누가 주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단결의 자유도 그랬다. 노동운동사에서 노조를 조직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파업하는 노동자의 자유는 국가가 법률로 보장해 줬기에 비로소 보장됐던 것이 아니었다. 국가의 법은 그 실제를 확인했을 뿐이다.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걸 사용자가 계약으로 시비하고 국가가 법으로 규제하다가 노동자의 투쟁으로 법적 규제를 풀고 계약위반이 아닌 것으로 취급하게 됐던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 활동이라는 실제가 있고 나서 그걸 법적인 권리로 취급하는 규범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다른 자유처럼 노동자에게 단결의 자유도 그러했다. 이러한 것임에도 우리의 경우는 이러하지 않았다. 국가가 법으로 보장해 주고 허용해 줘야 하는 것으로 여겨 왔다. 무엇 때문일까. 기업별로 가둔 국가의 법을 넘지 못하고 노조활동을 사업장 내 임단투로 전개해 왔던 탓일까. 자유로 알지 못하고 법으로 보장해 줘야 할 무엇으로 여겨 국가권력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쳐 와서일까. 그것이 무엇 때문이었을지라도, 노동자의 실제 행동 없이 법적으로 자유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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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9. 4. 21:34

2016두32992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사)   파기환송


[고용노동부장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적법성이 문제된 사건]


◇피고(고용노동부장관)의 원고(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적법 여부(소극)◇

 

1. 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하여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링크)


<요약>


1. 법외노조 통보는 헌법상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2. 그러나 이 통보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배한다.

( 법률유보의 원칙 :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가 직접 규율해야 한다)

3. 따라서 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는 무효이다.


1) 이명박, 박근혜 이 쳐죽일 새끼들아


2) 양승태 이 개새끼야


3) 문재인 이 양아치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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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9. 4. 12:09

전교조 법내노조화 투쟁 역사는 국가폭력의 역사


7년 만에 법내노조 지위를 회복할 길이 열린 전교조는 지난 시간을 국가폭력의 역사로 규정했다. 전교조 7년 투쟁의 역사엔 국가정보원의 암약과 재판거래, 정권 차원의 와해 시도 등 집요한 공작이 기록돼 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것은 2013년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 10월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 처분을 팩스로 통보했다.


보수정권의 전교조 와해 시도는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법 정치개입으로 실형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시절인 지난 2009~2011년 국정원은 각종 사회현안에 개입한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대립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이들 단체를 종북좌파로 간주하고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공작에 돌입했다. 전교조 간부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당시 민주노동당 당비 납부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국정원이 주도한 전교조 탄압

시나리오대로 따른 노동부


훗날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근간이 된 공작도 국정원이 주동했다. 국정원은 2010년 1월22일 청와대에 “해직자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후 보수학부모단체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당시 노동부에 전교조 설립취소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를 받아든 노동부는 같은해 3월31일 “교원 신분을 상실한 사람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라”고 전교조에 요구했다. 싸움의 시작이었다.


전교조가 시정을 거부하자 국정원은 같은해 9월13일 또 다른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전교조의 “비뚤어진 행태를 바로잡을 기회”라며 2차 시정명령을 12월 중 내릴 것을 노동부에 종용했다. 이 조치가 실제 내려진 것은 대선을 코앞에 둔 2012년 9월17일이다. 이 사이 전교조가 노동부의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관련 소송이 대법원까지 갔다. 그러나 대법원이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2차 시정명령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해를 넘기면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전교조는 2013년 1월23일 두 번째 시정명령에 불응해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교육부가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결정과 통보를 내려 달라고 1월30일 노동부에 요청했다. 전교조는 4월과 5월 각각 교육부와 노동부 장관을 만났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10월18일 부당한 시정명령을 끝내 거부한다는 선언을 전교조가 하자, 6일 뒤인 10월24일 노동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정권 안위와 상고법원 설치 위한 ‘재판 거래’


국가의 폭력은 이후에도 지속했다.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 정당성 여부를 다툰 법정에서다. 전교조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전교조와 노동계가 무리한 법리해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상은 박근혜 정부가 재판에 개입하고, 정치적 이득을 노린 법원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발생한 사법농단으로 드러났다.


전교조는 노동부가 노조 아님을 통보한 2013년 10월24일 즉각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의 손을 들어 효력정지를 결정하자, 노동부는 11월21일 항고장을 냈다. 전교조는 2014년 6월19일 1심 재판에서 패소했는데, 이보다 앞선 청와대 회의에서 전교조 재판의 중요성이 언급된 기록이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남아 있다.


청와대는 정권 안위를 위해, 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전교조 재판을 ‘거래’했다. 전교조는 1심 판결 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항소를 동시에 진행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때 청와대가 개입했다. 청와대는 노동부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재항고를 추진했고,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교조 항소심 대응 문건을 노동부로 전달해 노동부가 다시 대법원 재판부에 이를 제출하도록 지휘했다. 당시 대법원 내부 검토에 따르면 전교조 승소가 예상됐으나, 대법원은 이를 비틀어 파기환송했다.


조창익 전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의 지난 투쟁 과정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의 고립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권력의 폭력을 총동원해 이를 관철해 왔던 과정”이라며 “이 같은 고립화 전략에 극우언론 등이 동조하면서 더욱 어려운 싸움을 해 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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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9. 3. 15:19

대법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전교조, 7년만에 합법화 길 열려


대법원이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된 서울고법에서 판결을 확정하면 전교조는 노조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관 10대 2 의견으로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에는 변호사 시절 전교조를 대리했던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를 열고 대법관 10명의 의견으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인 시행령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재판의 핵심 쟁점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2항이 ‘기본권 침해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시행령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정요구를 하고 이행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해선 법외노조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민의 권리나 자유를 제한할 때는 국회가 법률로 스스로 규율해야 하고 시행령은 법률에 위임이 없는 새로운 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시행령은 법률이 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명시적 위임이 없음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했기에 법률유보원칙에 의해서 무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기사보기)


박근혜정부의 팩스 한장으로 법외노조 신세가 되었던 전교조가 드디어 법적 노조의 지위를 인정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말 다행이다.


관련 포스팅,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사건 대법원 공개변론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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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30. 11:13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협은 유효” 고용세습 논란 ‘종지부’


노동자가 업무 중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 유가족을 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이 사회질서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원심은 단협상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 고용계약 자유를 제한하고,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해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며 단협 조항을 무효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7일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가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결려 숨진 노동자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현대차·기아차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용자 자율로 맺은 단협, 재해보상 책임 달성 수단”


산재유족 채용을 둘러싼 논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49세 나이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2010년 숨진 이아무개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고인은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해 2008년 현대차로 전적했다. 유족은 현대·기아차에 “업무상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 조합원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단협 조항 이행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2014년 유족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산재유족 채용조항이 민법 103조에 위배된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에 다수 대법관은 산재유족 채용조항은 사용자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봤다. 회사가 자유의사에 따라 산재유족 채용조항에 합의했고,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산재유족을 채용해 왔다는 것이 근거다. 헌법상 협약자치 원칙에 따라 해당 조항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김명수 대법관은 “해당 조항이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합의와는 달리 사망한 근로자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유족을 보호 또는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부담할 재해보상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것으로 유족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해당 조항이 단협에 포함된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2년 동안 산재유족이 회사에 채용된 경우는 16명으로, 두 회사 신규채용 인원에 비춰 보면 극히 미미하단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 간 위축된 채용 시장으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채용기회 공정성’에 관해서도 “공개경쟁채용 절차에서 우선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절차를 통해 채용된다”며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소수의견을 낸 민유숙·이기택 대법관은 “산재유족을 보호하는 방식이 구직희망자라는 제3자 희생을 기반으로 해선 안 된다”며 “피고(회사)는 공정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수행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기사보기)


관련 포스팅


“산재 유족 특채보다 경영권 세습이 특혜 아닌가” 기아차 꼬집은 대법관 / 역시 김선수



대법원이 제대로 된 판결을 내놨다. 고용세습 운운하며 노동혐오 조장하는 유사언론, 반동분자들은 이제 입 좀 쳐 다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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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28. 14:12

의사의 집단행동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참고 있었는데 김형탁 선생이 펜을 들었다. 옮기는 것으로 갈음한다.


의사가 파업이라니

김형탁


이런 이야기까지 칼럼으로 써야 할지 고민스러웠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일반 국민에게는 ‘의사 총파업’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사 총파업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언론들은 의사 파업이라 하지 않고 ‘집단행동’ 또는 ‘집단 휴진’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이 파업이라는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총파업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본다.


단체행동권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에서 이 권리를 특별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는 경제적 약자이기에 그 권리를 최고법으로 보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단체로 묶이지 않으면, 그리고 그 단체가 노동을 거부하는 실력행사의 합법적 권리를 가지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늘 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리고 권리의 저울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사회와 국가 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 그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유다.


그런데 과연 의사 집단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가. 물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의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 의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더라도,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나 관련 협회가 모두 노동자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노동조합이 아니어서 파업을 주도할 자격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행동을 파업이라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집단행동에 사이비 합법성의 탈을 씌우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언제나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적법한 노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쟁의행위를 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파업이나 태업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먼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통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한 노동쟁의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에 신고를 하고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노동자들도 있다. 주요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상당수는 쟁의행위 자체를 할 수 없다. 방위산업체가 아니더라도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쟁의행위가 제한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절차 하나만 잘못 지켜도 불법 파업으로 구속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해고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절차를 다 지키더라도 노동자는 근본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파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은 굴복하거나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자, 그런데 의사 파업이라니. 그것도 총파업이라니, 이게 가당한 일인가. 광복절 이후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확산돼 대다수 국민은 생계가 암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방역을 위해 쏟아왔던 의료진들의 그간 노력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공중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벌이는 그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권리인 파업이라는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는 명백한 불법 행동이다. 노동자들의 행동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강제해산 당하고, 주도한 이는 구속당한다. 그런데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한 의사들은 어떻게 될까. 파업의 권리를 보장받은 이도 그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온갖 불이익을 당하는데, 과연 그 권리를 가질 수 없는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저지른 행동에는 어떠한 대가가 따를까. 아마 그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 행동은 파업이 아니니, 그 잣대로 재단할 일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다.


지역에까지 의료진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도록 공공의료를 강화하자는 정책에 대해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제대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에 몇 가지의 협박과 같은 말은 있다. 건강보험료가 대폭 오를 것이라는 말이다. 글쎄 그것이 그들이 그토록 염려하는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 글은 워낙 많아 더 보탤 것은 없다. 다만 이 집단행동을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기를 바란다. 파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파업을 집단 이기적 행동으로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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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24. 14:49

산재는 기업범죄다 <상> 참사 부추기는 솜방망이 처벌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2년 4개월간 부산에서 노동자 124명이 일하다가 죽었다. 철제 코일 사이에 끼이고,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에서 떨어지고, 고압 전선에 감전되고, 타워크레인에 깔리고, 가스에 질식해서 숨졌다. 고된 노동을 버텨낸 후에 가족과 따뜻한 저녁밥을 나누리라 기대했던 이들 노동자는, 그러나 영원히 퇴근하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책임은 너무 가볍다. 특히 원청이든 하청이든 이들을 고용한 기업과 사업주는 반복되는 산업재해(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도 단돈 몇백만 원으로 죗값을 치른다. 끊이지 않는 산재를 예방하려면 가장 먼저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하고, 그러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망 책임 안 물었다

   

국제신문은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부산지역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81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사회 연결망 분석(SNA)’을 진행했다. 판결문 중 ‘이유(범죄 사실, 양형 이유 등)’에 해당하는 문장에서 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 1588개를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추출해 사용 빈도가 높은 19개 단어(모든 피고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제외)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 단어(이유)가 각 피고인의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전체 피고인 203명(법인 69, 자연인 134명) 가운데 2개 이상 단어와 연결되는 154명(법인 38, 자연인 116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양형 이유가 된 단어와 피고인 간 관계를 연결망으로 그리면 눈에 띄는 특징이 발견된다. 피고인을 양형별로 표시한 <그림①>을 보면, 19개 단어를 사이에 두고 피고인 154명이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뉜다. ‘반성’ ‘합의’ ‘피해자 과실’과 연결된 A그룹 피고인은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중대 혐의’이면서 ‘추락’ ‘사망’ ‘외력’ ‘과실치사’ 등의 책임을 추궁당한 B그룹 피고인은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이 높았다. ‘사망’ ‘과실치사’의 책임이 인정됐지만, ‘중대 혐의’와는 연결 정도가 약한 C그룹 피고인은 집행유예보다 벌금형이 더 많았다.


다시 피고인을 신분별로 나타낸 <그림②>를 보면, 더 분명한 특징이 드러난다. A, B, C그룹 중 가장 가벼운 처벌을 받은 A그룹 피고인은 모두 기업(법인)이다. B, C그룹 피고인이 대부분 자연인(안전관리 책임자)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법원은 A그룹에 속한 기업에 ‘중대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반성’과 ‘합의’가 이뤄졌고 ‘피해자 과실’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기업 대다수가 국민 법 감정과 달리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사망 사고로 기소된 기업이 둘 이상이면, 원청이 하청보다 가벼운 형을 받았다. 오피스텔 신축 공사 때 위험한 업무 지시로 50대 노동자를 추락해 숨지게 한 산재에서 하청 회사는 벌금 800만 원, 원청 회사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2019년 4월 부산지법 판결)받는 식이다.


산재 사망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질식·외력보다는 압착(깔림·끼임)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법인과 자연인을 합쳐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단 한 명도 없을뿐더러, 항소심에서는 1심의 형량이 감형되기 일쑤였다.


■불의의 사고는 없다

   

2018년 12월 21일 부산 강서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의 안전모와 각종 장비가 바닥에 흩어져 있다. 부산 강서경찰서 제공

노동계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기업에 ‘벌금이 안전관리에 들이는 비용보다 싸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반발한다. 2016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사건 양형 기준은 징역 6월~1년 6월이다. 감경하면 징역 4~6월, 가중 처벌하면 징역 10월~3년 6월이다. 기업을 제재하는 수단은 벌금형밖에 없는데, 현행 양형 기준에는 벌금형 규정이 전혀 없다.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은 기업의 벌금형 수위를 종전 1억 원 이하에서 10억 원 이하로 10배 높였지만, 아직 대법원 양형 기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양형 기준을 별도 범죄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재가 ‘과실’이나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안전관리 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기업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6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김영란 양형위원장을 만나 직접 양형 기준 조정을 요청하고,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 운동이 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국제신문이 분석한 판결문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그대로 옮긴다.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채 만연히 사업장, 공사 현장 등을 가동함으로써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 조치 및 보건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단지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편의성만을 위하여 안전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에게 작업하게 함으로써 발생한 인명 사고에 대하여 더는 과실범이라거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안이라거나 근로자도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관대하게 처벌할 수만은 없다’.


이미 2018년 9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선고된 이 판결의 취지가 지금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오늘도 안전한 퇴근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이 묻는다. (기사보기)



<산재는 기업범죄다 - 기사 목록>


산재는 기업범죄다 <중> 외줄 타는 노동자


산재는 기업범죄다 <하>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데스크시각] 오늘 또 노동자가 죽었다 /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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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20. 16:04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칙



신의칙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줄여 칭한 것이다. 민법상의 대원칙이다.


민법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민법의 일반원칙인 신의칙이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일이 있었다. (2012다89399) (※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이 포스팅 참조.)


통상임금 소송은 대부분 잘못된 노사 합의에 의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임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정기상여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적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배한 것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그 간의 수당과 퇴직금 등은 정기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으로 계산하여 소급 지급해야 한다. 이 것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이다. 


위에 언급한 판례에서 법원은 통상임금의 산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였으나 노동자의 청구가 신의칙을 위배한다고 보고 사용자의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해당 판결의 반대의견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은 근로자가 자신이 제공한 근로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한 바에 따른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이다. 이에 대한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이것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였더라도 그러한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인 것은 맞으나, 근로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산정한 수당과 퇴직금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으로 그 강행규정성을 배척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 그리고 거듭 살펴보아도 그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 (판결문 보기)


판결문을 자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는 문장은 거의 욕에 가까운 표현이다.



해당 판결은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가 주심이였으며 판결 후 청와대의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재판을 거래하여 이 나라를 노동 지옥으로 만들어 놨다. 다행히 최근 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법농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며 관련자를 모두 처벌하여야 한다. 양승태의 망령을 완전히 걷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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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20. 13:28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9년 만에 노조 승소로 끝…대법 “신의칙 위반 아니다”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이 최종적으로 노조 일부 승소로 끝났다. 재판이 시작된 지 9년여 만이다. 사측은 노조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기아차 노조는 2008년 8월~2011년 10월 사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게 잘못됐다며,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킨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따진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줘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핵심 쟁점은 노조의 청구가 ‘신의칙’ 위반인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권리 행사, 의무 이행에 ‘신의’를 강조하는 민법 2조1항의 원칙이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는 효력이 없다면서도 예외적으로 노조의 추가수당 요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칙에 따라 요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측은 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노사합의에 따른 조치인데 이를 깨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며 “통상임금 범위를 넓혀 추가로 수당을 지급하려면 최대 3조원의 부담이 생기고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모두 노조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기아차 노동자들이 받은 정기상여금도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신의칙은 신중하고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회사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춰 볼 때 노조의 임금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수긍했다. 전원합의체의 신의칙 판결 이후 ‘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왔고,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신의칙을 적용해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을 제약하는 것은 자칫 근로자의 권리에 관한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기본 정신을 거스를 수 있다”며 노동자의 추가 수당 청구가 신의칙 위반인지 여부는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대법원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및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 발췌. ▶본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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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19. 18:21

"전태일 3법 쟁취투쟁에 돌입하며"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특별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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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18. 12:57

‘노동부문 최고위원 지명’ 김부겸·박주민 “YES” 이낙연 “…”



중반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가장 ‘친노동 후보’로 꼽힐까.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위원장 박해철)가 17일 이낙연·김부겸·박주민(기호순) 후보에게 받은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사회적 대화·노동부문 최고위원 등 모두 8개 핵심 노동의제에 대한 입장이 담겨 있다.<표 참조>


◇노동의제 후보별 차별성 뚜렷=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극복방안으로 이낙연 후보는 전 국민 고용보험·고용유지지원금 단계적 확대라는 현 정부 방침을 그대로 제시했다. 김부겸 후보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박주민 후보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고용보험 확대 적용 방안을 내놓았다.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민주노총 불참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사회적 대화 자체 의미를 인정했다. 앞으로 사회적 대화 방향에 대해 이낙연 후보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심 노사정 협력, 김부겸 후보는 정부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 이행, 박주민 후보는 정치권이 사회적 대화 전면에 나설 것을 각각 강조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양극화 해소 질문에 이낙연 후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크게 보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부겸 후보는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주민 후보는 “불로소득 징세원칙으로 마련한 세원으로 노동취약계층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ILO 기본협약’ 비준 시기 두고 입장차=기본소득·전 국민 고용보험·상병수당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입장에서도 세 후보 간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낙연 후보는 “기본소득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상병수당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부겸 후보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조속히 실시하고, 그 토대 위에서 기본소득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주민 후보는 “기본소득 점진적 검토” “전 국민 고용보험·건강보험 통한 상병수당 도입”을 내놓았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사 입장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낙연 후보는 “결국 비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부겸 후보는 “올해 안에 비준을 완료하겠다”며 “해당 조항이 협약비준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후보는 “비준해야 한다”며 “(국내법으로) 국제규범을 약화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 공동협약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이행을 약속하되 방법론에서는 차별성을 보였다.


뉴스 발췌. ▶본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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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14. 11:51

“100만 전태일이 직접 발의하는 전태일3법”… 민주노총 실천단학교 열려


민주노총이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전태일3법 실천단학교’를 열고 20만 조합원 입법 발의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날 실천단학교에는 사전에 신청한 민주노총 전 가맹·지역 담당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태일3법 제정과 구조조정 저지를 골자로 하는 2020년 하반기 투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중 전태일3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세 가지 입법요구안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8월 31일부터 한 달간 전태일3법 입법발의운동을 전개한다. 입법 첫 단계로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된 ‘국민동의청원’을 활용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과 전태일3법에 동의하는 시민사회대표자 등 100명 이상이 국회에 청원을 등록한 뒤 국회 홈페이지에 ‘전태일3법 입법동의청원’이 공개되면 30일간 모든 조합원이 국회 전자시스템에 접속해 찬성에 동의하는 방식이다.


조합원과 시민 20만 명  최소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끌어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목표다. (전문보기)



수첩 다운로드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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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안2020. 8. 12. 11:54

[안전은 뒷전, 비용절감死](상) 그들이 추락사한 이유, 350만원

‘350만원을 더 쓰면 세 사람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


중요한 공사를 앞두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돈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돈을 지불할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일터 상당수는 ‘350만원을 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데 판돈을 건다. 그렇게 2명이 죽고, 1명이 다쳤다. 새해 벽두인 1월3일 인천 송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350만원 아끼려다 잃은 2명의 목숨


안전 장치 없이 크레인 해체

14층 아파트 높이서 추락


목숨을 운에 맡기는 기업들

총 공사대금 268억원에

그들을 위한 돈은 없었다


그날 A씨(당시 57세)와 B씨(당시 49세)는 아파트로 치면 14층 정도 높이인 지상 40m 위에서 추락했다. 죽음이 흔한 일일 수 없지만, 사인은 산업재해 유형 중에서 가장 흔한 ‘추락사’였다.


그들은 전날부터 한 회사의 사옥과 연구소를 짓는 인천 송도의 건설공사 현장에 나가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는 일을 했다. 타워크레인은 멀리서 건설현장을 바라볼 때 가장 높이, 우뚝 솟아 있는 알파벳 ‘T’자 형태의 기중기다. T는 좌우대칭이지만, 타워크레인은 윗 부분의 한 쪽이 길고 다른 쪽은 짧다. 긴 쪽이 ‘메인지브’, 짧은 쪽은 ‘카운터지브’다. 메인지브가 물건을 집고, 카운터지브는 메인지브를 지탱한다. 카운터지브에 달린 일종의 무게추인 ‘카운터웨이트’가 균형을 맞춘다.


3일 작업은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했다. 전날 69m에서 48m로 높이를 낮춘 타워크레인을 본격 해체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이 있었다. 중량 200t짜리 이동식크레인을 사옥과 연구소 사이에 설치해 카운터웨이트를 일부 덜어내고 메인지브를 해체하기로 했다. 6개 블록의 무게를 다 합치면 8.5t이 되는 카운터웨이트나 4.7t짜리 메인지브를 해체하기 위해 타워크레인보다 작은 크레인 하나를 더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사옥과 연구소 사이 공간이 생각보다 협소했다. 지반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결국 이동식크레인을 공사현장 밖의 도로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타워크레인 해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순서가 있다. 균형 유지를 위해 카운터웨이트 일부를 먼저 덜어내고, 메인지브를 해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동식크레인은 메인지브에는 가깝고 카운터웨이트에는 먼 위치에 설치됐다. 카운터웨이트를 먼저 해체하려면 이동식크레인을 옮겨 재설치해야 했다. 원래 타워크레인은 방해물만 없다면 메인지브 등 윗부분의 방향 전환이 가능한 장치다. 하지만 사고 타워크레인은 전날 높이를 낮춰 사옥과 연구소 건물 사이에 끼인 상태가 됐다. 방향 회전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대안은 있었다. 1안은 이동식크레인을 옮겨 카운터웨이트를 먼저 해체한 후 다시 반대쪽으로 이동시켜 메인지브를 해체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작업기간이 하루 더 늘어난다. 하루치 장비 임대료(350만원), 인건비(120만원) 등 470만원이 추가될 터였다. 2안은 이동식크레인을 한 대 더 설치하는 것이다. 한 대는 카운터웨이트를, 다른 한 대는 메인지브를 들어올리면 균형을 유지하며 해체할 수 있다. 이 경우 임대비용 350만원이 추가된다.

 

그러나 대안은 실행되지 않았다. 타워크레인에 오른 일용직 세 사람이 이동식크레인으로 메인지브를 먼저 들어올린 순간, 너무도 당연한 사건이 벌어졌다. 더 무거운 카운터웨이트 쪽으로 타워크레인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타워크레인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대를 체결하고 있던 C씨는 골절상을 입었으나 목숨을 부지했다.

 

이 사고를 조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재해조사 의견서에 “안전이 확보된 작업이 가능하였으나 비용문제로 결정하지 않음”이라고 적었다. 350만원을 더 썼다면 사람 두 명을 살릴 수 있었지만 돈은 쓰지 않고 운에 맡긴 것이다. 지상 10층, 지하 2층 구조의 건물 2개동을 짓는 이 공사의 공사대금은 총 268억원이었다.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다. 작업자들은 당일 두 대의 이동식크레인으로 작업할 것이라 판단했다. 반면 시공사인 원청은 자신들은 타워크레인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만큼, 해당 작업은 작업자들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좀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원청인 건설사는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해체하고 운영하는 업무 일체를 대금 7000만원에 한 건설장비 임대업체에 하청을 줬다. 이 업체는 다시 A씨 등이 소속된 업체에 448만5000원을 주고 해체 업무를 맡겼다. 재하청사인 A씨의 회사가 장비 한 대를 더 쓰고 싶어도, 원청에서부터 돈이 흘러나오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빨리빨리’ 문화가 지배하는 한국의 건설 현장에서 당일 완전 해체가 목표인 작업을 진행하며 재하청사가 하청과 원청을 순차적으로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재해조사 의견서는 사고의 원인에 대해 “원청과 임대업체에서 다시 임대업체와 해체업체로 계약됨에 따라 해체 작업 수행에 대한 정확한 책임주체가 없다”고 적었다. 2단계를 거치는 계약이 아니라 1단계 계약이었다면 안전 작업이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사고를 조사한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임대업체 소속 노동자가 작업을 했다면 위험 상황을 보다 쉽게 이야기하는 등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라며 “타워크레인 해체업체와 원청이 직접계약만 했어도 상황은 나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이 사고의 원인을 ‘추락’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무리한 비용 절감이나 공기 단축 노력 역시 사고의 원인이었다. 하청의 하청이 존재하는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사망자가 발생한 일터는 크든 작든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의 영향 아래 있다.


■추락사 아닌 ‘비용절감사’


정의당, 산재 251건 전수조사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사망자 수 절반 이상 몰려

 

경향신문은 11일 정의당 노동본부가 강은미 의원을 통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올 상반기 재해조사의견서를 분석했다. 올 들어 6월말까지 발생한 산재사고 잠정통계를 보면, 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명 늘어난 471명이었다. 이 중 사고에 대한 형사·사법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작성이 완료되지 않은 의견서를 뺀 251건이 분석 대상이 됐다. 이 사고들로 사망자는 243명,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중상자는 40명 발생했다.

 

사망자 243명 중 48%인 117명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숨졌다.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은 건설업 종사자가 전체 추락사의 71%(83명)를 차지했다. 의견서 열에 아홉은 이들의 죽음을 “몸의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유 없는 추락은 없다. 어쩌면 ‘비용절감사’, ‘공기단축사’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지난 4월13일 4층짜리 창고를 새로 짓는 경기 이천의 건설현장에서는 65세 일용직 작업자 D씨가 11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당시 그는 가설구조물에 고정된 작업발판 위에 있었다. 이 구조물은 파이프를 가로 세로로 엮은 직육면체 구조다. 파이프 사이의 간격은 더 넓지만, 속은 뚫려 있다는 점에서 놀이터의 ‘정글짐’과 유사하다. 구조물 안쪽 90㎝의 공간에는 작업발판이 없고, 구조물의 양쪽 밖으로만 작업발판이 고정돼 있었다. D씨는 한 쪽 발판에서 90㎝ 떨어진 건너편 발판으로 넘어가려다 변을 당했다. 건너편 파이프를 양손으로 잡고 두 발로 뛰어 건너가야 했는데, 손에 꽉 쥐기엔 파이프가 너무 두꺼웠고 한 번에 뛰기엔 90㎝는 버거운 거리였다. 단숨에 넘어가기보다 지상으로 내려와 건너편으로 가서 작업발판을 밟고 다시 11m 높이까지 올라갔더라면 무사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작업자에게 이 같은 방식은 원청의 ‘공기 단축 포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해당 구조물에는 작업발판이 듬성듬성 있었다. 작업발판 설치는 D씨가 소속된 회사의 업무였다. 그러나 이 회사의 현장소장은 재해조사 과정에서 “금전적인 이유로 작업발판을 최소범위만 설치하게 됐고, 작업발판 간 이동통로를 누락했다”고 진술했다. 10m 이상 높이에 설치된 작업발판에서 작업할 때는 추락방지망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회사는 이 역시 금전적인 이유를 들어 설치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원청사로부터 골조공사를 하청받은 하청사였다. 전체 공사 대금은 75억원이었고, 이 중 하청사의 몫은 3억5563만원이었다.

 

사망사고는 몸의 균형을 잃어서라기보단, 돈이 없어서 난다. 올해 상반기 243명의 사망 사고를 사망자가 속해 있던 사업장의 규모별로 나눠보면, 규모가 작을수록 사망자 수는 많았다. 사업장 규모가 확인된 사망자 239명 중 74명(31%)은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5인 이상~10인 미만 사업장이 69명(24%), 10인 이상~20인 미만 사업장은 36명(15%)이었다. 공사대금의 규모로 봐도 그렇다.


공사대금이 존재했거나 그 규모가 확인된 현장의 사망자는 총 140명이었다. 이 중 1억원 미만의 대금을 받는 현장에서 50명(36%)이, 1억원 이상~5억원 미만 규모의 공사에서 33명(24%)이 사망했다. 전체의 60%가 5억원 미만 공사에서 사망한 것이다. 사망자가 나온 공사 중 대금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롯데건설의 공사였는데 1529억원에 달했다. 반면 공사대금으로 83만원을 받고 일하다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 중 45만원은 장비 임대료로 업체에 줬고, 작업자는 38만원만 챙겼다. (기사보기)


Posted by Pursued.G
노동 현안2020. 8. 11. 16:59

민주노총 비대위, “전태일3법 쟁취,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집중”


민주노총이 전태일 3법 제정과 구조조정 저지를 골자로 하는 2020년 하반기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저지와 총고용 보장’, ‘노조법 2조 개정’,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코로나 19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하반기 투쟁의 기조로 제출했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 투쟁기조에 따른 하반기 사업 계획과 일정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비대위는 “한국사회의 총노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질문은 조합원의 이해를 넘어 전체 노동자, 민중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라며 “모든 노동자의 일할 권리, 모든 노동자가 죽지않고 일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근로기준법을 적용이라는 핵심요구를 하반기 사업과 투쟁의 중심에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조합원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노동자를 위한 사업과 투쟁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하 비대위워장은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위기, 재난상황의 피해는 노동자 민중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절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을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실현하는 민주노총의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비대위가 제시하는 4대 기조는 전태일 3법 제정과 구조조정 저지 투쟁으로 대표된다. 전태일 3법은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부여하고,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 투쟁이다. 여기에 중대한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까지 3가지 법의 제-개정 요구를 전태일 3법이라 통칭한다. 민주노총 비대위는 구조조정 저지와 총고용 보장 역시 하반기 투쟁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비대위는 “코로나 19를 빌미삼아 자본은 해고와 폐업, 휴업,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고용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의 이행을 촉구하며 쫓겨나는 노동자가 없도록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보기)


Posted by Pursued.G